2015년 12월 8일 화요일

[컴퓨터 예술] 일본산 로봇 밴드 Z-Machines


압도적 비쥬얼의 로봇 밴드

일단 이 일본산 로봇 밴드의 비쥬얼이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사진부터 몇장 보여드립니다.







로봇, 뮤지션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블로그를 통해 소개드렸던 컴퓨터 예술은 인공지능 측면에서의 접근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물리적인 모습을 갖춘 형태의 로봇이라기보다는 알고리즘 차원의 소프트웨어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소개드릴 이 지-머신(Z-Machines)은 완전한 물리적 형태를 갖춘, 그래서 무대에서의 공연이 가능한, 그래서 언젠가는 연예인이 될지도 모를, 아니 될 것만 같은 로봇 아티스트 "Z-Machines" 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지-머신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알 수 있습니다. 앞 부분은 메이킹 스토리 입니다. 실제 연주는 4분 40초 부근부터 입니다.




78개의 손가락과 22개의 피크로 연주하는 로봇 기타리스트

기타리스트 마치(March)는 78개의 손가락과 12개의 피크를 갖고 있고 BPM 1000에서 연주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연주 괴물인 것입니다. 사람의 경우 BPM 130~150정도면 굉장히 빠른 속도입니다. 그런데 BPM 1000이라니요. 지금은 많이 시들해졌습니다만 한참 락이 위세를 떨치던 70~80년대에는 기타리스트 사이에서 속주가 아주 큰 이슈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재즈가 처음 탄생하던 당시에도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 속주 경쟁이 있었습니다. 속주는 당연히 음악의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인간은 이제 속주 면에서 로봇을 이길 수 없게 됐습니다.

로봇 기타리스트의 속주와 정확성

위 영상의 1분 45초 부분을 보면 기타의 넥 위로 수십개의 손가락이 정렬해 있습니다. 핑거링이라고 하는 주법을 연주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놀라운 것은 로봇이기 때문에 속도에 제한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으로서는 따라갈 수 없는 속도를 보여줍니다. 게다가 미스터치라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입니다. 정확성과 속도가 담보된 연주입니다. 이 처럼 기계적인, 한치의 오차도 없는 연주가 과연 좋은것이냐? 감성적으로 오히려 인간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 하는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렇기도 합니다. 그런데 인간 연주자들이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할 때를 떠올려 보겠습니다. 이 때 사람 연주자들은 이왕이면 음정과 박자가 가급적 정확한 연주를 하기 위해 수 십차례 재 연주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감정도 좋은 연주를 해야 하겠지만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음정과 박자에 신경 쓰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라는 얘기 입니다. 만일 너무 정확한 것이 문제라면 오히려 기계의 정확성을 95% 정도로 낮춘다면 인간이 느끼기에 인간적이면서도 정확한 연주가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위 영상에서 1분 58초 부근에 핑거링 테스트 장면이 나옵니다. 어마어마한 속도입니다. 처음에는 너무 빨라서 거의 하나의 음으로 들립니다만, 속도를 늦추어 갈수록 이것이 8개의 음을 연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최고 속도는 8ms였습니다.


22개의 스틱으로 사람보다 4배 빠르게 연주하는 드러머

드러머 아슈라(Ashura)는 22개의 드럼스틱으로 사람보다 4배 빠르게 연주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에서 1분 55초 부근에 드럼치는 로봇이 나옵니다. 사람은 두 개의 다리와 두 개의 팔로 칩니다만, 로봇은 사실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다리 열개, 손 스무개라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인간의 한계를 단숨에 뛰어 넘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아직 터치의 감각이 세밀하지 못해 다이나믹의 표현이 부족하고 너무 균일한 세기의 음을 연주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동경대 엔지니어와 뮤지션의 합작품

이 프로젝트는 동경대 엔지니어 켄지로 마츠오(Kenjiro Matsuo)와 스퀘어푸셔(Squarepusher) 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젠킨슨(Jenkinson)이라는 뮤지션의 합작품입니다. 그 외에도 로봇 디자인, 전자 장치 제어 등의 분야에서 전문 인력들이 참여 하였습니다.

Squarepusher & Z-Machine
-Composed & Produced by Squarepusher
-Producer : Kenjiro Matsuo
-Assistant Producer : Masayuki Noda
-Music Producer : Kenjiro Matsuo
-Robot Design : Naofumi Yonetsuka
-Musical Instrument Design : Kimura & Tatsuo Hayashi
-Electronic Devices and Control System : Kanta Horio

동경대 엔지니어인 켄지로 마츠오(Kenjiro Matsuo)는 이 로봇 밴드가 300키로와트의 전력을 사용하며 스위치가 달린 파워보드를 사기만 하면 누구라도 집에서 이 로봇을 만들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음악을 담당한 젠킨슨은 아래의 영상에서 이렇게 얘기 합니다.

"음악을 만들기위해 악기를 연주하는 로봇을 사용하는 것이 나를 사로잡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음악이라는 것은 사람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감정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탐험해 보는 아주 훌륭한 방편이다." 





앨범 발표

Z-Machines은 2013년에 동경에서 있었던 "Future Party"에서 데뷔했습니다. 이 공연은 맥주회사의  스폰서 참여로 진행됐는데, 관객들이 맥주병을 머리위로 들면 로봇 밴드가 이에 반응하여 연주 속도를 더 빨리 했다고 합니다.



2013년에는 "Sad Robot Goes Funny"라는 앨범을 내기도 했습니다. 강렬한 외모 만큼이나 강렬한 사운드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만 사운드는 의외로 부드럽습니다. 아마 이것은 사람들의 기대를 깨뜨리기위한 반전 전략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저도 굉장히 강렬한 사운드를 기대했는데 부드러운 사운드가 나와서 좀 의외이긴 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정말 하드한 사운드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iTunes - http://smarturl.it/vrccrm
Bleep - http://smarturl.it/jf6uj7
Amazon - http://smarturl.it/p4oex8
Google Play- http://smarturl.it/sb24mb



로봇의 음악에 감정이 있을까?

로봇이 연주하는 음악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을지, 이런 음악에서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기뻐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 한 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이것은 누가 그렇다 아니다 주장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만든 예술이라고 하더라도 감상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호가 결정되기도 하니까요. 위의 영상들을 보신 분들 사이에서도 각자의 감성에 따라 의견이 갈릴 것입니다. 로봇 연주자의 연주가 이제 막 시작단계라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로봇 연주자의 실력의 향상 여부에 따라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자주 업데이트 될 것 입니다.


음악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

이 로봇이 연주한 음악은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사람이 로봇이 연주할 것을 가정하고 작곡한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앞에서 포스팅했던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들과는 정 반대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 프로그램들은 컴퓨터가 사람이 연주할 것을 가정하고 작곡했으니까요. 그래서 아야무스(Iamus)같은 경우 작곡 규칙에 대한 제약을 거의 두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손가락이 다섯 개여서 한 번에 그 이상의 음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제약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Z-Machines의 경우 78개의 손가락과 22개의 피크를 사용하는 로봇 연주자가 연주할 것을 가정하고 작곡하다 보니 오히려 인간 연주자로서는 연주할 수 없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다시말하면 물리적으로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은 것도 작곡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인간 작곡가가 인간 연주자의 한계로 인해 하지 못했던 음악적 표현의 한계를 로봇 연주자를 통해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세밀하고 다양한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인간 연주자들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말입니다.

인간과 로봇의 창작 매트릭스

앞으로는 상당히 복잡하게 되었습니다. 경우의 수가 점점 많아 지고 있습니다. 인간 연주자, 인간 작곡가, 로봇 작곡가, 로봇 연주자. 이제 우리는 인간과 로봇이라는 매트릭스를 갖게 되었습니다. 로봇 작곡가가 사람 연주자를 위한 곡을 쓰고, 사람 작곡가가 로봇 연주자를 위한 곡을 쓰는 일은 이미 발생했습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로봇 작곡가가 로봇 연주자를 위한 곡을 쓰는 날도 올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 예술가와 로봇 예술가의 매트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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