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3일 목요일

[컴퓨터 예술] 작곡하는 인공지능 아야무스(Iamus)의 작동 원리

작곡하는 인공지능 컴퓨터 클러스터

앞 포스팅에서 아야무스(Iamus)가 작곡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라는 것과 이 소프트웨어가 작곡한 곡이 런던심포니에 의해서 연주되었다는 것을 살펴봤는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야무스가 과연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 지에 대해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아야무스의 생김새를 한 번 보고 가겠습니다. 아야무스가 소프트웨어라서 PC나 MAC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인줄 알았는데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아야무스는 컴퓨터 클러스터라고 합니다. 그림에서 보시는대로 맞춤제작된 케이스가 씌워져 있습니다. 무대 위 피아노 옆에 놓인 사진도 있는데 생각보다 상당히 덩치가 있습니다.

아야무스 컴퓨터 클러스터 (자료 : https://en.wikipedia.org/wiki/Iamus_(computer)





아래 영상은 아야무스를 소개하는 뉴스 영상인데요, 전문가들조차 사람의 작품이라고 착각할 정도의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합니다. 영상 말미에서 아야무스 개발을 이끈 프란시스코 비코(Francisco Vico) 교수는 아야무스는 음악적 언어를 마스터한 최초의 컴퓨터이고, 아야무스만의 오리지널한 클래식 현대 음악을 작곡할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뿐만아니라 사람들이 아야무스가 만든 곡을 다양하게 해석(연주)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아야무스가 만든 원곡이 변형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아야무스의 원곡은 악보에 인쇄된 그대로 오리지널리티를 갖는다는 얘기입니다. 굉장한 자신감입니다. 영상 내용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피아니스트이자 소프트웨어 컨설턴트인 구스타포(Gustavo Diaz-Jerez)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 컴퓨터 프로그램이 창작력을 갖게 된 것은 이 알고리즘이 생물학적 프로세스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음악얘기하다가 갑자기 뜸금없이 생물학적 프로세스라니요?



프란시스코 교수는 원래 15년 간 뇌 기능 모델링(brain function modeling)을 연구했는데, 그러던 중 살면서 부딪히는 복합 형태나 행동의 진화(the evolution of complex forms and behaviors)와 같은 삶의 복잡성(life's complexity)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이 아야무스에까지 이어집니다. 아야무스는 멜로믹스(Melomics)라는 시스템을 통해 작동되는데, 이 멜로믹스는 "the genomics of melodies"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멜로디의 유전학이라는 뜻입니다. (자료 : http://geb.uma.es/fjv)





멜로디의 유전학 Melomics

프란시스코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아야무스는 멜로믹스라는 시스템을 통해 생물이 진화과정을 거치는 것과 같이, 음악적 모티브의 진화 과정을 거쳐 음악이 완성된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를 하면 이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글쎄요, 이 얘기를 듣고 한 번에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여기서 잠깐 멜로믹스에 대해 설명해 놓은 위키피디아 자료를 보고 가겠습니다.

멜로믹스는 음악 작곡에 진화적 관점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작곡을 하기 위한 음악 테마들은 진화과정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얻어진다. 이와 같은 테마들은 형식적으로나 심미적으로나 더 적합한 기능을 하는 것이 선택되도록 서로 경쟁한다. 멜로믹스 시스템은 각각의 음악 테마들을 하나의 유전자로 인코드하고, 이렇게 인코드된 모든 테마들은 진화발생과정(evo-devo : 진화발생생물학 또는 이보디보, Evo-devo; 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을 겪게 된다. 이 시스템은 완전 자동화 되어있는데, 한번 프로그램되면 사람의 간섭없이 작곡을 끝마친다.(자료 : https://en.wikipedia.org/wiki/Melomics)

프란시스코 교수는 "모든 곡은 각각의 곡 마다 핵심이 되는 테마가 있고 이것이 점점 복잡해 지고 자동적으로 진화하게 됩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이것은 음악적으로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 입니다. 주어진 테마를 곡이 끝날 때 까지 어떻게 변주하고, 질리지 않게 반복시킬 것인가가 서양 음악 작곡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유전자가 모든 사람이 각각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도록 수 없이 변이하는 것 처럼, 아야무스는 음악을 작곡하기 위해 음악적 테마를 변이시킨다고 얘기합니다. 아야무스가 작곡을 하는데 있어서 제한받는 오직 한 가지가 있다면 현실적으로 사람이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무슨 악기를 위한 곡인가, 하는 문제 뿐이라는 얘기도 합니다.

"곡은 기계 안에서 모든 진화과정을 마치고, 사람은 아야무스가 진화시킨 수많은 작품들 중에 하나를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는 아야무스가 작곡을 시작하기 전에 어떤 악기들을 위한 곡인지를 알려주는 것과, 곡의 길이를 얼마로 할 것인지를 가르쳐 주는 것 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피아노를 칠 때 사람이 한 손가락으로 다섯 개의 음 이상은 누를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아주 기초적이고 기술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만 사전 가이드라인을 설정한다고 합니다.


아야무스와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이점

아야무스가 택한 진화발생관점에서의 작곡은 다른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들과 아이디어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데이비드 코프의 에밀리 호웰이나 도냐 퀵의 쿨리타가 특정 작곡가들의 작곡기법을 학습하는 것을 통해 해당 작곡가의 기법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 작곡을 하는데 비해 아야무스는 주어진 테마를 무작위로 진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한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점입니다.

인간 음악가들 중에도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더 냉혹하게 말하자면, 역사에서 기억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작곡가들만이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구축한 셈이고 나머지 음악가들은 소수 천재들의 영향권에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이 문제에 관해서는 럿거스 대학에서 그림을 통해 예술가들의 창의력을 측정한 연구를 참조해 주세요.)

또 정해진 패턴, 학습된 패턴으로만 창작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형질을 유전시키면서 동시에 우연히 발생되는 돌연변이도 받아들이는 진화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예술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술은 모두와 공감할 수 있는 익숙함을 가진 동시에 또한 모두의 기대를 깨는 새로움이 공존해야 한다는 점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규칙성과 또한 모두를 놀라게 하는 랜덤 워크가 공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진화적 관점은, 프란시스코 교수가 얘기하는대로 정말로 작동하는 것이라면, 정말 놀라운 신의 한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야무스에게 한계는 없다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 된 아야무스에게 '이제 작곡해줘'라는 뜻으로 엔터키 한번 만 누르면 클래식 음악 한곡이 뚝딱 완성되어 나온다고 합니다. 모짜르트가 평생에 걸쳐 수천곡을 작곡했는데, 아야무스는 무제한으로 곡을 써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아야무스는 12음계로 구성된 서양음계를 기초로 해서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고 있는데, 잠재적으로는 어떤 음악이라도 작곡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힌두나 아랍권에서는 더 많은 음이 사용되는는 스케일을 갖고 있는데, 아야무스에게 이런 음계에 따라 작곡 하도록 하면 아야무스는 이런 규칙에 따라 작곡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BBC의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이 컴퓨터 작곡가가 모짜르트, 하이든, 브람스, 베토벤을 모두 합친것 보다도 더 위대한 작곡가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은 아직도 기계의 음악이 사람의 음악처럼 생동감 있게 들리기 위해서는 음악가들의 감정이나 재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음악업계에 혁신의 문은 열렸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아야무스의 상업화와 저작권 Free 정책

아야무스는 미국에 기반을 둔 Melomics Media라는 회사를 통해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좀더 대중적인 음악과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기능성 음악 등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BBC 기사에는 아이튠즈나 구글 스토어에서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나오는데, 아이튠즈에서는 아직 검색되지 않고 구글 스토어에는 기능성 음악을 제공하기 위한 어플리케이션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저작권과 관련한 정책도 굉장히 신선합니다. 보통 음원을 구매하면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권리만을 취득하게 되는데요, 멜로믹스 음원의 경우 다운로드는 물론이고 아예 음원의 저작권까지 취득하게 된다고 합니다. 엔터키만 누르면 아야무스가 곡을 무제한으로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저작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BBC 기사에 난 대로 정말로 이러한 정책을 꾸려 나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앞으로 인공지능의 창작이 본격화 되는 시점에서 저작권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가 될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아야무스가 멜로믹스로 진화하면서 시도하고 있는 좀 더 대중적 색채의 음악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자료 : http://www.bbc.com/news/technology-20889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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