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은 언제나 벤치마킹의 대상이었는데요, 미국 기업이 그것도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업이 아시아 기업들을 벤치마킹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니 기분이 상당히 묘합니다. 어릴 때 팝송을 상위 카테고리에 두었다가 어느 순간부터 K-Pop, J-Pop과 함께 같은 레벨의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시작했는데요. 마치 이 때 느꼈던 감정이랄까요? 아무튼 어딘가 기분이 묘해지는 아침입니다.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던 페이스북 메신저
페이스 북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진 소셜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무려 13억 명이 넘는 액티브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죠.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하는 사용자도 7억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그 동안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했고 연동되는 서비스나 수익모델은 미비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버의 호출 기능을 페이스북 메신저 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메신저 서비스의 기능적 확장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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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메신저 내에서 구동되는 우버(New York Times 발췌) |
만능 스위스칼 아시아 기업을 뒤따르다
이와 같은 변화는 아시아 기업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위챗, 라인, 카카오톡 등은 이미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서 게임, 스티커(이모티콘), 쇼핑, 택시, 핀테크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기사에서는 이와 같은 아시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스위스칼(The Swiss Army knife model)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앞으로의 변화를 위해서 위챗, 라인, 카카오톡과 같은 아시아 기업의 메신저앱에 대해서 면밀한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위챗 사용자 1인당 연간 7달러 매출
페이스북이 이와 같은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이것이 실제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중국기업 텐센트가 만든 위챗의 경우 단순한 메신저라기 보다는 여러 앱을 위챗 안에 모아 놓는 플랫폼에 가까운데요. 게임, 쇼핑 등과 연동됨은 물론이고 매일 새로운 앱들이 메신저 내에 추가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회의용으로 그룹 채팅 기능을 사용한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스위스칼과 같은 만능 기능 제공을 통해서 위챗은 사용자 1인 당 연간 7달러의 매출을 올립니다. 위챗의 활성 사용자 수 5억 5천만명을 곱하면 총 $3.8 billion, 우리 돈으로 연간 4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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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현재 메신저 앱 활성 사용자 수(We are Social) |
맥락을 해치지 않는 부가 서비스를 추가해 나갈 것
페이스북 메신저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메신저는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만 메신저에서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면서 사용자들의 '니즈'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버의 경우도 친구나 가족들과 '만남'을 위해 얘기하다 보면 그 장소까지 이동하기 위해 우버를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신저에서 구동되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처럼 페이스북 메신저는 메신저 기능의 근본적 맥락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서비스들을 추가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전략의 하나로 최근 출시한 가상개인비서 서비스인 "M"을 메신저에 추가하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합니다.
백화점식 사업모델 성공할까?
설명이야 어찌됐든 결국 메신저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했던 페이스북이 아시아의 성공모델을 보면서 백화점식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보겠다는 것인데요. 과연 이들이 아시아의 백화점식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 시킬 수 있을까요? 서양의 소비자들도 이에 호응을 보일까요? 참 이채롭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뉴욕타임즈 기사 원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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